만년필 사용시 일반용지와 고급용지의 흡수율 차이

만년필을 사용하다 보면 동일한 펜을 사용해도 어떤 종이에서는 너무 굵게 나오는데, 다른 어떤 종이에서는 가늘게 나오거나 헛발질이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종이의 재질에 따라 흡수율이 다른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긴 한데 만년필 사용경험이 많지 않거나, 경험이 오래 되신분들도 가끔씩 그럴 수가 있나요? 하고 문의 주시는 것을 보면 간단히 안내해 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포스팅 해드립니다.

일반용지는 A4지와 같은 일반 두께의 백상지,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한솔제지나 한국제지로 70~75g/m2 이하인 경우나, 일반 회사용 다이어리류 에서 많이 쓰이는 재질의 백상지 입니다. 이러한 종이는 표면에 코팅이 되어 있지 않아 잉크의 흡수율이 좋은 편입니다. 흡수율이 좋다보니 생각보다 굵게 나오는 경험도 합니다.

고급용지는 더블A같은 80g/m2 이상의 두꺼운 A4종이와, 대부분의 두꺼운 수입고급지, 얇지만 미끄러운 옥스포드나 대학노트 등이 포함됩니다. 고급용지라고 해서 모두 미끄러운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고급용지는 표면에 코팅이 되어 있어 종이 속으로 침투하는 잉크의 초기 흡수를 방해하므로 첫획에서의 헛발질이나 계속적인 흐름불량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동일한 펜을 종이에 따라 비교한 사진입니다.

일반용지와 고급용지의 흡수율의 차이는 단지 종이의 종류의 차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만년필 닙의 특성과도 영향이 있습니다. 스틸닙처럼 단단한 강성 촉, EF 처럼 끝이 날카로운 촉, 필감이 사각거리는 촉은 종이의 재질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으나, 

상대적으로 닙에 힘을 주어야 잘 나오는 세장비가 긴 연성촉, 끝이 미끌거리고 부드러운 촉, 굵은 촉 등은 더욱 고급용지에서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경험상,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만년필과, 몬테그라파 닙, 그리고 타 브랜드에서도 M, B 등의 굵은 촉 등이 종이를 많이 타는 것은 위의 닙 특성에 기인합니다.

대부분, 브랜드 본사의 테크니컬 센터의 기준은 일반종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고, 위와 같은 펜들은 모든 종이를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두가지 종류 중에 자기가 원하는 종이에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고급용지에 맞추길 원하면 흐름을 아주 좋게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용지에서는 너무 굵어져서 사용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하실 때 여러가지 종류의 종이에 테스트를 해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